청주 공예촌 갈등, 정쟁 아닌 공공성과 투명성으로 해결해야

충북 청주시가 상당구 미원면에 추진 중이던 한국전통공예촌 복합문화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 6월, 오랜 지연과 실질적인 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이유로 사업시행자인 한국전통공예산업진흥협회의 자격을 전격 취소했고, 이에 협회는 행정심판과 소송을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업 초기 계획은 분명했다. 민간자본과 국·지방비를 포함해 2746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예를 기반으로 한 국내 최초의 산업단지형 문화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이었다. 전통문화 진흥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이 사업은 분명 지역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뚜렷한 진척 없이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했고, 지금까지도 부지 확보는 완전하지 않으며 착공 역시 부분적인 터파기 수준에 그쳤다. 청주시는 협회의 사업 수행 능력과 자금 조달력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근저당, 가압류 등으로 토지의 실질 사용권이 제한된 점은 ‘토지 확보 90%’라는 협회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반해 협회는 자신들이 행정 절차와 자금 조달을 성실히 진행해 왔으며, 이번 취소는 일방적이고 정치적인 행정권 남용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사업권을 다른 주체에게 넘기기 위한 시도라는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청주시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공공사업이 ‘불신’과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이 사업은 특정 단체나 행정기관의 업적 쌓기가 아닌, 지역 주민의 세금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공 프로젝트다. 그렇기 때문에 추진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되어야 하며, 어느 누구도 신뢰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청주시는 만약 협회의 사업 능력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면, 보다 일찍 점검하고 개입했어야 마땅하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실상 방치해놓고 뒤늦게 ‘실행 불가’를 이유로 사업자 자격을 취소하는 것은 행정의 무책임으로 비칠 수 있다.

반면 협회 역시, 진정으로 사업을 완수할 의지와 능력이 있었다면, 투명한 계획 공개와 현실적인 추진 일정 제시로 시민 신뢰를 확보했어야 한다. 법적 투쟁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이 지역에 어떤 실질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었는지, 지금이라도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제 공은 법정으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싸움이 오직 책임 회피나 권한 다툼으로 이어진다면, 피해자는 결국 시민이 될 수밖에 없다. 막대한 예산과 긴 시간을 들여온 사업이 허무하게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행정과 민간이 공공성과 실효성이라는 원칙 아래에서 원점 재검토에 나설 필요가 있다.

‘누가 더 옳은가’를 따지기 이전에, ‘시민에게 더 이로운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공공사업의 본질이자, 이번 사안에서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가치다.

작성자 gbctv5